내게 먼저 다가온 따스한 손
2008년 8월, 대학 졸업을 앞두고 저는 취업 준비로 힘든 시기를 겪었습니다. 머리도 식히고, ‘좋은 일을 하면 내 상황도 좋아지지 않을까?’하는 막연한 생각에 캄보디아로 해외 봉사를 떠났어요. 초등학교 보수 공사하는 현장에서 일손을 돕게 되었지만 기대와 달리 제 마음은 여전히 어지러웠습니다. 심리적인 고통이 더해져 사람들과 어울리기보다 혼자 있는 시간이 더 많았습니다. 그런데 제 옆을 자꾸 따라다니는 한 소년이 있었습니다. 그 소년의 이름은 ‘짹’, 사진에 보이는 것처럼 순수하고 정이 가는 아이였습니다. 짹은 일행들과 떨어져 혼자 쉬고 있는 저에게 먼저 말을 걸어주고, 손을 잡고, 걸어주었습니다. 마치 가장 낮은 모습으로 나를 만나러 오신 예수님 같이 느껴졌습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짹을 통해 저는 위로 받았고, 한없이 베풀어주는 사랑을 누군가에게 꼭 전해야겠다는 결심을 했습니다.
가난과 마주하다

직장생활로 숨가쁘게 지내오다 2년 만에 가던 발걸음을 멈추었습니다. 그리고 또다시 회복을 꿈꾸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컴패션 비전트립을 신청했습니다. 동인도에 살고 있는 또 다른 ‘짹’을 만날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감일까요? 가기 전부터 무척이나 설레더라고요. 무엇보다도 그곳에서 어린이들을 만나면 4년 전, 짹을 통해 느낀 회복과 사랑을 다시 체험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어린이들의 웃는 얼굴을 보면 제가 더 행복해질 것 같았어요. 동인도에 도착해 버스 차창 밖으로 보이는 어린이들이 무척 반가웠습니다.
그런데 그곳에 도착해서 한 어머니를 만나는 순간, 저는 그대로 얼어버리고 말았습니다. 홀로 세 명의 딸을 키우며 살아간다는 어머니의 깊은 눈망울을 보며 그저 웃는 어린이들의 모습만 기대했던 제가 얼마나 무지했는지 되돌아보게 되었습니다. 난생처음 가난이라는 절망을 목격한 것입니다. 제가 더 기쁘고 행복해지기 위해 찾아온 이곳에서 과연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 하나님께 여쭤보았습니다.
꿈과 희망의 눈망울

동인도컴패션에 속한 어린이들은 하나같이 밝고 사랑스러웠습니다. 한 어린이는 제게 “My sponsor is Korean!"이라며 마치 자신의 후원자를 만난 듯 반기더라고요. 어린이들에게 후원자가 어떤 존재인지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자신의 후원자님을 만나는 것이 소원이라는 아이의 눈에는 진심이 담겨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어린이들이 하루에 한 끼밖에 먹지 못하는 가난한 환경에 놓여있다니요. 어린이들은 저마다 자신이 처한 오늘의 현실보다 내일의 희망을 그리고 있었습니다. 어린이들은 저희 일행에게 앞으로 이루고 싶은 꿈과 희망을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며 기도해달라고 말했습니다. 컴패션 후원자들의 작은 도움의 손길이 이 어린 아이들에게 감사와 자신감, 그리고 꿈을 선물하고 있다는 것을 현지에서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예수님처럼 살아가는 것

비전트립의 마지막 일정은 1:1 리더십 결연 프로그램(LDP) 학생들을 만나는 시간이었습니다. 그곳에서 컴패션의 지원을 받아온 네 명의 대학생들과 함께 교제하며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어요. 그들 모두 삶의 목표가 하나님 안에서 바르게 성장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살면서 어려운 일을 겪었을 때, 어떻게 극복했냐’는 제 질문에 LDP 학생들은 컴패션의 지적, 신체적, 사회 정서적, 영적인 분야에서 양육 받았기 때문에 어려운 일을 겪는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하더라고요. 가난한 환경, 외부의 어떠한 공격에도 이겨낼 수 있는 굳은 의지를 지닌 LDP 학생들로 인해 앞으로 인도가 어떻게 변화할지 궁금해졌습니다. 컴패션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양육이 무엇인지 LDP 학생들을 통해 깨달았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일 가운데 하나가 마더 테레사가 사역했던 콜카타의 프렘단 사회 보호시설을 방문한 것입니다. 그곳에서 생활하는 200여 명의 사람들, 이들을 온 정성으로 섬기는 수녀님들과 봉사자 분들을 보며 종교와 인종을 초월한 사랑을 절실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알고 보니 그곳에서 섬기고 있는 분들 가운데 크리스천은 소수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이런 저런 이유로 가장 가까운 이웃도 돌보지 못한 저는 부끄러워지기 시작했습니다. 어려운 상황에 놓인 사람들의 손을 먼저 붙잡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작은 일이라고 말씀에 ‘이제 정말 행동해야 할 때구나’ 결단했습니다.
짹이 잡아준 손, 이제는 내가 기도해야 할 때

이번 동인도 비전트립을 통해 컴패션의 양육 프로그램이 그곳 어린이들과 가정에 얼마나 귀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어린이센터의 어린이들은 자신을 후원해주는 후원자가 누구인지 정확히 알고 있었고, 그 후원자가 단순한 물질적인 지원뿐만 아니라 기도해 주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습니다. 어린이들은 후원자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후원자를 소중하고 특별히 여기며 감사하고 있었습니다.
동인도에서 경험한 것은 가난이라는 절망적인 오늘이 아닌 희망이 있는 내일이었습니다. 제가 행복해지기 위해 찾아온 먼 이국 땅에서 이제는 어린이들의 행복과 꿈을 위해 기도하게 되었습니다. 이 작은 변화가 하나님의 놀라운 사랑의 첫 시작이 아닐까요?